
‘비긴 어게인(Begin Again, 2013)’은 한 마디로 요약하기 어려운 감성 음악 영화입니다. 단순한 로맨스나 음악 성공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음악을 매개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삶을 다시 시작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특히 뉴욕이라는 도시가 배경이 된 만큼, 도시의 소음과 활기,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현실이 음악과 결합되어 특별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이 리뷰에서는 도시, 버스킹, 삶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비긴 어게인’이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며, 음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도시: 뉴욕이라는 배경이 음악이 되는 순간
‘비긴 어게인’의 주요 무대는 미국 뉴욕입니다. 이 도시의 특징은 ‘분주함’과 ‘소음’, 그리고 ‘다양성’입니다. 영화는 이런 뉴욕의 분위기를 배경음악처럼 활용하면서, 사람들 각자의 이야기를 연결해 나갑니다. 그 중에서도 음악 프로듀서 댄과 싱어송라이터 그레타가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녹음하는 장면은, 뉴욕이라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악기처럼 활용된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자동차 경적, 아이들의 웃음소리, 거리의 발자국, 지하철 소리—all of these are soundtracks of the city. 이 영화에서 도시라는 배경은 단지 ‘무대’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물들의 감정 상태를 반영하고, 음악의 정서를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고급 스튜디오에서 벗어나 거리에서 레코딩을 감행하는 이들의 선택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음악을 위한 도전이자 상업주의에 찌든 음악 산업에 대한 저항입니다. ‘도시 소음이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영화의 철학은, 뉴욕이라는 공간의 리얼리즘과 로맨틱함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특히 뉴욕은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이질적인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며, 예술과 현실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곳이기도 하죠. 영화는 이러한 뉴욕의 특성을 배경으로, 각자의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이 점에서 ‘비긴 어게인’은 도시라는 공간의 역동성과 음악의 감성을 자연스럽게 엮어낸 뛰어난 음악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비긴 어게인’ 속 뉴욕은 낯설고 거대한 도시가 아니라, 상처 입은 사람들이 다시 노래를 시작할 수 있는 무대가 됩니다. 그레타와 댄의 여정은 뉴욕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더욱 진실되고, 가깝게 다가옵니다. 도시가 가진 생동감은 그 자체로 캐릭터의 감정선을 대변하고, 관객 역시 그 감정의 진폭을 도시의 풍경과 함께 체험하게 됩니다.
버스킹: 거리의 음악이 전하는 진짜 감정
‘비긴 어게인’에서 가장 인상 깊은 요소 중 하나는 ‘버스킹’입니다. 영화는 스튜디오 중심의 음악 제작 방식을 벗어나, 거리에서 녹음하고 연주하며 진짜 음악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그레타와 댄이 함께 구성한 밴드는 뉴욕의 거리, 지하철, 공원, 골목 등 다양한 공간을 무대로 노래를 부르고 연주합니다. 이러한 장면은 음악이 특정한 장소나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어디서든 진심만 있다면 울려 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버스킹은 현대 도시문화의 한 축이기도 합니다. ‘비긴 어게인’은 이를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삶의 일부로 표현합니다. 길거리 음악은 완성되지 않았고, 때로는 잡음과 마주하지만, 오히려 그 불완전함이 음악을 더욱 진실되게 만듭니다. 영화 속 그레타의 노래는 화려한 조명도, 완벽한 믹싱도 없지만, 관객의 가슴에 울림을 줍니다. 이는 음악이 기술이 아니라 감정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줍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중 하나인 루프탑 녹음 장면에서는, 거리의 분위기와 음악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마치 콘서트처럼 느껴지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버스킹이 단순한 거리 공연이 아니라, 관객과 아티스트가 물리적 거리 없이 소통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음악의 원초적 기능이 ‘공감’에 있음을 상기시키며, 모든 이가 공평하게 느낄 수 있는 ‘순수한 감정’을 전달하는 통로로 기능합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그레타는 자신의 감정을 억지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노래를 통해 현재의 심정, 과거의 상처,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표현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말보다 노래가, 이론보다 감정이 먼저인 ‘길거리 음악’의 정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음악학도나 예술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 장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용기와 영감을 줍니다. 누군가가 듣고 있는 그 순간, 음악은 완성됩니다. 버스킹은 그 진심의 전달을 가장 솔직하게 구현하는 방식임을 ‘비긴 어게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삶: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작은 용기
‘비긴 어게인’의 주제는 단순히 음악이 아닙니다. 제목 그대로 “다시 시작(Begin Again)”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는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진 인물들의 삶 속에 녹아 있습니다. 댄은 한때 잘 나가던 음악 프로듀서였지만, 시대에 뒤처지고 가족과의 관계도 엉망이 된 중년 남성입니다. 그레타는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홀로 남겨진 싱어송라이터입니다. 두 사람 모두 인생의 밑바닥에 가깝지만,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서로를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이 영화가 주는 울림은 ‘큰 성공’이 아니라, ‘작은 시작’에 있습니다. 대형 음반사와 계약하지 않아도, 유명하지 않아도, 내 목소리와 내 노래가 누군가에게 다가간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영화는 전합니다. 댄과 그레타는 처음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각자의 고통에 갇혀 있지만, 음악을 함께 만들면서 점차 마음을 열고 성장해갑니다. 이 과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 역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게 만듭니다. 삶의 전환점은 거창하게 오지 않습니다. 버려진 녹음기 하나, 지하철에서 마주친 음표 하나, 거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하나가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비긴 어게인’은 그 사실을 잔잔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 그레타가 자신의 앨범을 무료로 온라인에 공개하는 장면은 인디 아티스트로서의 자존감과 예술가로서의 신념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누군가의 그림자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노래하고 결정하며 나아가는 독립된 ‘아티스트’입니다. 삶을 바꾸는 힘은 누구나 안에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깨우는 도구가 누군가에게는 책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음악’입니다. 그리고 음악은 그저 멜로디나 가사가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이자 선택입니다. ‘비긴 어게인’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매일 접하는 소리, 도시의 풍경, 관계의 파편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음을 노래합니다. 상처는 회복될 수 있고, 관계는 다시 이어질 수 있으며, 우리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작은 용기 하나만 있다면 말이죠.
‘비긴 어게인’은 음악과 도시, 삶을 연결하는 감성적인 작품입니다. 뉴욕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버스킹이라는 자유로운 방식으로 음악을 풀어가며, 각자의 삶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음악이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감정이고 언어이며,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신호’임을 깨닫게 됩니다. 감정을 건드리는 영화, 현실을 위로하는 이야기, 그리고 당신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 그것이 바로 ‘비긴 어게인’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