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코다(CODA, 2021)’는 단순한 감동 가족 드라마를 넘어,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청각장애 부모를 둔 자녀)’의 약자로, 제목부터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가족과 꿈, 예술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성장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음악을 좋아하거나, 예술적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코다’는 단순한 감상 이상의 감정적 공감을 선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시선에서, 영화 ‘코다’의 스토리, 음악이 지닌 상징성, 그리고 꿈과 성장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리뷰해보겠습니다.
예술과 현실 사이, 루비의 선택
‘코다’의 주인공 루비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오빠를 둔 가정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이입니다. 그녀는 새벽에는 가족의 생계인 어업을 돕고, 낮에는 학교에 다니며, 틈틈이 음악을 듣고 노래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루비에게 음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이자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도피처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음악적 재능은 가족에겐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영화는 루비가 학교에서 합창단에 들어가며 본격적으로 음악과 진지하게 마주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립니다. 합창 선생님인 Mr. V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보스턴의 음악학교 입시를 권유하면서 루비는 인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가족의 기대와, 음악이라는 개인의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루비의 모습은 많은 예술 지망생들이 겪는 현실적 딜레마를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루비의 갈등은 ‘들리는 사람’과 ‘들리지 않는 가족’ 사이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간극을 통해 심화됩니다. 그녀는 자신의 노래를 가족이 들을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동시에 그들이 자신의 꿈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이는 단순한 장벽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감정적으로 소통할 수 없다는 깊은 슬픔으로 표현됩니다. 이처럼 루비의 이야기는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현실적인 장벽 속에서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가족의 기대, 경제적 문제, 감정적 고립 등의 요소는 예술가의 여정에서 흔히 마주치는 시련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코다’는 예술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강력한 동기이자 동시에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는지를 진솔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음악이 전하는 감정의 언어
‘코다’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나 장면을 꾸미는 도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음악은 루비와 세상, 루비와 가족, 그리고 루비 자신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 매개체입니다. 소리는 루비에게 자유와 표현의 수단이지만, 가족에겐 알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이런 간극 속에서도 음악은 마침내 감정의 다리 역할을 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는 루비가 음악 오디션을 준비하며 부른 **Joni Mitchell의 ‘Both Sides Now’**입니다. 이 노래는 그녀가 느끼는 양면적인 감정 —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음악에 대한 열정,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 — 을 완벽하게 담아내는 선택입니다.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는 단지 기술적인 완벽함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의 흐름으로 관객의 가슴을 깊이 파고듭니다. 그리고 영화의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루비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관객에게는 소리를 들려주고, 가족에게는 수화를 통해 가사를 전달하는 순간입니다. 이 장면은 비장애와 장애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음악이란 들리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가족은 루비의 노래를 들을 수는 없지만, 그녀의 표정과 손짓, 감정으로 그 모든 메시지를 이해합니다. 음악은 이처럼 말보다 더 깊이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언어이며, 코다에서 음악은 주인공의 정체성과 삶의 동력, 그리고 사랑을 전하는 가장 순수한 수단으로 자리합니다. 이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이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또한 루비의 음악 여정을 지켜보는 관객은, 자신의 삶에서도 ‘진짜 내 마음을 표현하는 도구’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음악을 듣는 것, 연주하는 것, 부르는 것 — 그 모든 행위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스스로와 세상에 대한 해석이자 소통임을 일깨워줍니다.
꿈을 향한 성장과 용기의 여정
‘코다’는 무엇보다도 ‘성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루비는 영화 초반에는 가족의 삶에 종속된 평범한 10대 소녀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조차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부모와 오빠를 대신해 세상과 소통하는 다리 역할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음악이라는 세계를 만나면서, 그녀는 비로소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게 됩니다. 이 성장 과정은 외부의 갈등뿐 아니라,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해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루비는 가족을 떠나는 것이 배신이 아닐까, 혹은 자신 없이는 가족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속에서 수없이 흔들립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자신만의 길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녀의 인생을 바꿀 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새로운 인식을 제공합니다. 특히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 장면은 루비의 선택을 지지하는 순간으로, 단지 자녀의 독립을 넘어서, 부모가 자녀의 꿈을 받아들이고 응원해주는 감정적 성장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에서 루비는 아버지의 입술을 만지며 노래를 들려주고, 아버지는 처음으로 딸의 ‘소리’를 느끼게 됩니다. 이는 단지 감동적인 장면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예술을 선택한 이들이 반드시 거치는 성장의 통과의례와도 같습니다. 예술은 아름답지만,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자신을 믿는 것, 주변의 시선을 견디는 것, 때로는 가까운 사람들과 갈등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루비는 이 모든 것을 겪으며, 자신만의 삶을 시작합니다. ‘코다’는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도 예술이 어떻게 인간을 성장시키고, 세상과 소통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음악은 그 자체로 주인공의 변화의 동력이 되었으며, 꿈은 단지 직업의 선택이 아닌 ‘존재의 방식’으로 그려졌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열정을 다시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영화 ‘코다’는 단순히 장애와 가족이라는 주제를 넘어서, 음악과 예술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과 그 힘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음악은 말보다 강하고, 현실보다 진실하며, 꿈은 때로 가족보다 더 큰 용기를 요구합니다. 루비의 여정은 곧 우리 모두가 꿈을 향해 나아갈 때 겪는 성장의 과정이며, 예술이란 단지 표현이 아니라 존재 자체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코다’는 단순한 감동 영화가 아닌, 삶의 방향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 되어줍니다. 이 작품을 아직 보지 않았다면, 진심으로 추천드리며, 이미 봤다면 그 감동을 다시 꺼내보는 연말의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