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마틸다(Matilda, 1996)’는 최근 OTT 플랫폼을 통해 다시 조명받으며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되살아나고 있는 명작입니다. 원작은 세계적인 아동문학 작가 로알드 달(Roald Dahl)의 동명 소설로, 천재적인 지능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녀 마틸다가 어른들의 부조리한 세계에 맞서 싸우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90년대 특유의 감성과 동화 같은 연출,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는 2020년대를 사는 오늘날의 아이들과 어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교육, 가족, 사회에 대한 은유가 곳곳에 녹아 있어 단순한 어린이 영화가 아닌, 전 세대가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교훈적인 작품으로 다시금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어린이’, ‘교훈’, ‘판타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마틸다라는 작품이 왜 다시 사랑받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어린이: ‘어른보다 똑똑한 아이’를 통한 메시지 전달
마틸다는 단순히 똑똑한 어린이가 아닙니다. 그녀는 독학으로 책을 읽고 고급 수학과 문학을 자유롭게 이해할 만큼 천재적인 아이이지만, 동시에 상식과 도덕성을 갖춘 존재입니다.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럽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진 그녀는 영화 속에서 ‘어린이’라는 존재에 대한 편견을 깨트리는 상징적 인물로 작동합니다.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을 미숙한 존재로 여기며, 일방적인 통제를 하려 하지만, 마틸다는 그러한 권위에 정면으로 맞섭니다. 그녀의 부모는 교육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텔레비전과 사기 행각에만 몰두하는 전형적인 무책임한 어른들입니다. 또, 학교의 교장 ‘트런치불’은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아이들을 통제하려 하며, 자신보다 작은 존재들을 괴롭히는 데에서 권위를 유지하려 합니다. 하지만 마틸다는 이 모든 환경 속에서도 자아를 잃지 않고, 스스로 배우며 자신의 길을 찾아갑니다. 이 영화는 어린이가 결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마틸다를 통해 우리는 아이들 또한 독립적인 인격체이며, 충분히 옳은 것을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또한 오늘날의 교육 환경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어른 중심’의 사고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아이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함을 암시합니다. 마틸다라는 캐릭터는 단순한 상상의 존재가 아닌, ‘이 시대의 아이들이 가져야 할 정신’의 구현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훈: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는 정의감과 용기
마틸다의 이야기는 단순한 동화나 판타지를 넘어서, 현대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에 대해 통찰을 제공합니다. 가족 내 무관심과 학대, 학교 내 권위주의, 사회 전반의 부도덕한 질서 등, 어린 마틸다가 마주하는 세계는 결코 아름답고 안전한 공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는 이를 의도적으로 과장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포장하면서도 그 본질적인 문제를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이런 세계에서 마틸다는 침묵하거나 수동적으로 순응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배운 것을 바탕으로, 말과 행동으로 부조리에 맞서며, 결국에는 어른들도 변화시키는 존재가 됩니다. 이 영화는 아이들에게 ‘순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옳은 것에 대한 믿음’임을 가르칩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에 대해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나이가 어리더라도 세상을 조금씩 바꿔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마틸다가 결국 트런치불 교장을 몰아내고, 미스 허니 선생님과 함께 진정한 가정을 이루게 되는 결말은, 그저 해피엔딩이 아닌 ‘정의가 승리하는 세계는 가능하다’는 교훈을 전합니다. 특히 미스 허니 선생님의 존재는 마틸다에게 있어 또 다른 희망이자 거울입니다. 억압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자라 온 미스 허니는 오랜 시간 침묵 속에 살았지만, 마틸다의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변화하게 됩니다. 이는 누군가의 작은 용기와 정의감이 타인의 삶에도 긍정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이렇게 개인의 작은 행동이 공동체 전체에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시대를 초월한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판타지: 초능력을 통해 표현되는 내면의 힘
마틸다가 지닌 특별한 능력, 즉 물건을 움직이는 ‘초능력’은 단순한 판타지 장치로 그치지 않습니다. 이 능력은 그녀의 내면에서 자라나는 ‘억눌린 감정’과 ‘지적 성장’이 결합된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마틸다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그것이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외부로 표출됩니다. 이러한 연출은 곧 ‘감정의 해방’이자, ‘자기표현의 은유’로 볼 수 있습니다. 초능력이라는 장치는 마틸다의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주지만, 그 핵심은 능력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태도에 있습니다. 마틸다는 자신의 능력을 복수나 지배가 아닌, 정의 구현과 보호에 사용합니다. 악당에게는 단호히 맞서되, 소중한 이들을 위해선 따뜻하게 활용하는 마틸다의 모습은 ‘힘’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가르침을 전합니다. 이는 현실 세계에서의 영향력, 권력, 능력 등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적 메시지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틸다의 초능력은 상상 속 판타지를 넘어, 우리 삶 속 ‘내면의 힘’이 어떻게 외부 세계를 바꾸는지에 대한 비유로 작용합니다. 무기력하고 억눌린 환경 속에서도 희망과 지성을 무기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판타지를 현실로 끌어내리는 이 영화의 진짜 마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능력을 통해 관객은 단지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마틸다’는 단순한 어린이 영화를 넘어,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존재가 어떻게 자신만의 힘을 찾고, 옳은 것을 위해 행동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성장 서사입니다. OTT를 통해 다시 만난 마틸다는,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품고 오늘날의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말합니다. “어떤 환경이든, 나다운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어.” 그리고 그 용기와 힘은 언제나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